2026. 3. 22. 21:39ㆍ카테고리 없음

코스피가 오르면 환율이 떨어진다는 공식, 아직도 믿으시나요? 저는 최근 몇 달간 주식 시장을 지켜보며 이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여도 환율은 1,450원대를 쉽게 내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한때 1,460원을 찍는 모습을 보며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지금은 그 흐름이 완전히 깨진 상태입니다.
금리 역전과 통화량 증가가 만든 구조적 문제
환율 상승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미 금리 격차입니다. 여기서 금리 격차란 두 나라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와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국채금리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75~4%인 반면 한국은 2.5%에 불과합니다. 2년물 국채금리 기준으로도 미국 3.6%, 한국 2.7%로 약 0.9%포인트 차이가 납니다(출처: 한국은행).
저는 수출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에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달러를 받아도 굳이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미국 달러 예금으로 그대로 굴린다는 겁니다.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차이 나는데 왜 손해 보면서 원화로 바꾸겠냐는 논리였죠. 실제로 이런 선택이 기업들 사이에서 일반화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역전의 기간입니다. 1999년 최초 역전 당시 21개월, 2005년 25개월, 2018년 23개월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엔 무려 41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전 폭보다 기간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시장 참여자들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제 이게 뉴노멀이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9월까지만 해도 환율이 1,300원대였다가 12월엔 1,400원을 넘었는데, 이는 계엄령 같은 정치 변수보다 금리 역전 장기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통화량 측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합니다. M2(광의통화)는 현금, 예금, 단기금융상품 등을 모두 포함한 통화량 지표로, 중앙은행이 얼마나 돈을 풀었는지 보여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2022년 1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M2는 3% 증가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무려 20.4% 증가했습니다(출처: 통계청). 쉽게 말해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보다 약 7배 빠른 속도로 돈을 찍어낸 겁니다. 저는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그래서 원화가치가 이렇게 빠르게 떨어지는구나'라고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달러 수급 불균형과 국민연금의 역할
외환시장은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외환시장은 달러 공급은 줄고 수요만 늘어나는 구조적 불균형에 빠져 있습니다. 원래 수출 대기업이 벌어온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시장에 달러를 공급했는데, 앞서 말했듯 금리 차이 때문에 기업들이 환전을 미루거나 아예 달러로 보유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반대로 달러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축은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해외 자산, 즉 달러 자산에 투자합니다. 여기서 해외 자산이란 미국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달러로 사야 하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국민연금이 매국적이어서 달러를 사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연금을 지급하려면 자산을 분산해야 하고 한국 자산만 보유했다간 나중에 대량 매도 시 코스피 폭락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민연금의 이런 전략을 이해하면서도,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현재 9%에서 향후 13%까지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그만큼 달러 매입 규모도 늘어난다는 뜻이거든요. 시장은 이미 이 흐름을 예상하고 환율 상승을 선반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예전엔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통화스왑을 통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미국 재무부가 이를 '외환시장 조작'으로 지적하면서 이 카드도 쓰기 어렵게 됐습니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직접 투입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는데, 외환보유고는 한때 4,700억 달러까지 갔다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소진되어 현재 4,280억 달러 수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연간 200억 달러 미국 투자까지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환율 방어 능력은 앞으로 더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통화량
일반적으로 외환보유고가 많으면 환율 방어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보유고를 쓰는 건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실제로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갔다가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오른 현상을 보면서, 시장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환율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건 단순히 정치 변수나 일시적 악재 때문이 아닙니다. 금리 역전 장기화, 통화량 급증, 달러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9년부터 자산의 50%를 달러로, 10%를 금으로 분산하라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지금도 그 원칙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다만 환율은 변동성이 크므로 3년 평균 환율(현재 1,353원) 아래로 떨어질 때 분할 매수하는 게 현명한 전략입니다. 단기 호재로 환율이 일시 하락할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